가을이 오는 길/ 이은숙

2006. 10. 29. 18:38좋은글

 

 

 

계절이 무심한 줄 알았더니

꼭 그런 것만 아니네

온 산을 반짝이던 초록잎새들

이제 더는 반짝이지를 않네

기척 없던 가을이 문지방을

훌쩍 넘어 온 게야

 

윤기나는 산벚나무 등걸

단단한 줄기 속으로

피빛으로 타는 붉은 혼.

안으로 속앓이를 하는지

잎 새로 바튼 숨을 고르는지

유난히 등걸이 붉네

 

건조한 바람은

가문 가문 소리 죽여

가을 어귀로 흘러드는데

잠시 묶어 두었던

이승의 고운 것들

모두 풀어놓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