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변소청소하는 ceo

2006. 9. 1. 16:49좋은글

 

우리 가게 식구들 아무도 몰랐던 비밀이 드디어 탄로났다.

앞뒤 사정 모르는 관리할아버지가 눈치없이 누설을 해 버렸다.

" 큰 봉투 하나 있으면 줘요."

관리 할아버지가 내려와서 봉투를 달란다.

 "뭐하시게요?"

 우리 혜경씨 궁금해서 묻는다.

 

 사단은 여기서 시작이 된것이다.

 "아, 화장실 청소 이집 순서인데 깜빡 한것 같어서...?"

 " 무슨 화장실 청소 순서가 있어요?"

"이집이 어제 당번인데 청소를 안했더만,"

 

이 건물 관리를 맡고있는 할아버지의 연세가 칠십을 넘었다.

관리실에서 먹고자고 근무를 하신다.

집이 일산인데 일주일에 한 번 다니러 간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게 안타갑지만 감수해야 되기때문이다.

그 나이에 일이 있는것만으로도 참 다행스럽고 행복한게 아닐까.

 

우리 건물은 1.2 층점포가 돌아가며 화장실 청소를 하고있다.

당연히 관리비 내고 있으니 할아버지 몫이다.

그러나 조금씩 수고하면 할아버지 일손 덜어준다는 생각으로

여적 그 고약한 청소를  대신하고있다.

 

다들 종업원 시켜셔 청소하지 명색이 사장은 아무도 안한다.

우리 가게 당번날 되면 밤 늦게 퇴근전에 올라가서 청소를 했다.

처음 오픈때부터 했지만  아무도 몰랐다.

당연히 할아버지가 하고 있으려니....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관리 할아버지의 주책(?)으로 다 들통이 났다.

우렁각시의  화장실 참선은 이렇게 끝이났다.

 

청소를 하는동안 여러가지를 배웠다.

선을 긋고 살았던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세상의 숨은면을 보기도 했다.

밑바닥이 뭔지, 밑바닥일을 하는 심정이 어떤지, 짐작이 간다.

 

요즘 새 건물은 화장실이 정말 멋지다.

그러나  우리 건물은 오래되다보니 많이 노후되었다.

당연히 화장실의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그러니 사용하는 사람들도 별로 신경쓰지않고 휴지며 담배꽁초를 버린다.

가끔은 오물도 그대로 방치되기도 한다.

 

비닐장갑끼고서 휴지통을 비우려면 냄새가 심하다.

처음에는  비위가 상해서 숨을 잠시 끊고 청소를 했었다.

우리집 식구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려니 마음을  자꾸 그쪽으로 돌렸다.

나중에는 냄새가 나면 나는갑다.  오물이 흘려져 있으면 누가 또 사고쳤군,

무심해진다고 할까, 하여간 당연하게 내 몫으로 굳어졌다.

 

예전 화장실을 생각해 보라.

화장실 문화가 지금처럼 바뀔지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일 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많은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식구들 몰래 하려했던게 들통이 나버렸다.

말하지 않은것은 부담스러워하고 미안해 할까봐서 였다.

나도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용자이기도 하고

별것도 아닌것을 생색내는 꼴이 될 수 있잖은가.

출처 : 朱子川푸른물
글쓴이 : 朱子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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