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에게/ 김승영

2006. 4. 23. 12:52나의 글

 


 

검 보다 더 매서운 기품
그대 같은 파란 여인 하나
곁에 두고 고귀한 향기로
서늘한 아픔 달래며
한 세상 살고 싶었다

 

곧은 줄기 가는 미소
의연한 자태로 보내주는
그윽한 눈길에
벅찬 행복으로 설레며
이슬 같은 마음으로
그대 같은 단아한 여인 하나
곁에 두고 살고 싶었다

 

창호를 지나는 작은 바람에도
돌아서 옷깃 여미며 몸을 떠는
도도한 갸냘픔에 마음 조여야 하는
애처러운 그리움일지라도
가야금 깊은 소리로
맞이하는 선녀의 차가운 절개에
오랜 밤 뒤척이는 사내로라도
그대 같은 청아한 여인 하나
곁에 두고 살고 싶었다

 

蘭香千里라는
그대 같은 여인 하나
공들여 보듬어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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