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詩人의 말

2006. 4. 3. 20:54나의 글

                詩人의 말
                             시집    "바다는 늘 무엇이 그립다" 중에서

 

 

상실의 밤

 

밤.
그 어둠의 세계를 한껏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밤을 살아왔습니다.
나의 열정과 사랑과 꿈과 노여움과 아픔까지도 밤의 어둠 안에 안겨들어 환희하고 기뻐하고 글성대고 때로 절망하고 방황하고 고뇌하며 밤을 살아왔습니다.
밤의 골목 골목, 거리 거리를 헤매며 한없는 아쉬움에 목 매이며 무엇인가를 찾아 돌며 생존해 왔습니다.
 길고 지루하고 답답하던 밤과 밤을 허허로히 돌며 불안과 회의 안에서 지나쳐왔습니다.
 세월은 가고  나는 지금 여기 있고 그리고 밤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길게 길게 이어져 가는  절망과 방황과 상실의 밤들. 굴욕과 회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앞에서 노여워하고 좌절하지 않을 수 없는 삶에서 잠시 놓여나는 밤.
그 밤의 기대로 밤을 기다리는 가엾은 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어두운 존재를 질질 끌면서 살아가는 나에게 밤은 때로 고향을 주곤 합니다.
밤마다 고향을 찾아 나서곤 합니다.
어두운 거리 어느 한구석에 두고 온 고향, 주점 어느 한자리에 두고 온 고향, 누구에 겐가 잠시 마꼈는지 아니면 언젠가 잃어버렸는지 모를 고향을 찾아 나서는 실향민이 됩니다.
 내 생존의 밤.
밤의 어두움, 그 어두움 속에서 자아를 찾아 헤매곤 하였습니다.   
좌절과 회한에서 놓여나려는 가냘픈  모습으로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방황이라 해도 좋고 스스로 소멸해 가는 약한 인간의 도피라 해도 좋습니다. 때로 이러는 나를 미워하면서 슬쓸해지곤 합니다.
 그 밤의 어두움을 한껏 사랑하고 아끼며 살았습니다.
"나 혼자" 라는 깊은 외로움을 참을 수 없어했으며 "나 혼자"는 정말 아니라는 나대로의 이즘을 증명하려 애쓰며 그 모든 것들의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지나쳐 온 밤들입니다.
외롭고싶지 않다는 애처로운 소망을 가슴에 숨긴 채 쓸쓸한 혼과 혼의 대화에 심취하면서 잠 못 이루고 가로수 아래서, 아스팔트에서, 지하도에서, 전주 아래서 서성대고 살아온 밤들.
나를 잃듯 자신을 잃어가며 살아야했던 안타까운 밤이었습니다.
아무곳에도 고향은 없었고,  나도 없었고 끝없는 좌절과 방황만 있다는 그 서러움. 아무리 갈고 닦아도 바위가 거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계속하고있는 우둔한 나를 비웃을 수 없었습니다. 밤과 낮 사이, 기쁨과 슬픔사이, 기대와 절망사이를 끝없이 거닐고 있었습니다.
나의 생존을 위하여 외로움이, 소망이, 사랑이, 슬픔이, 그리고 밤이 있어야했습니다.
암울한 인생 그 밤의 순례자였습니다.


 

출처 : 詩人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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