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장다리꽃/시. 황희영

2006. 3. 25. 17:42좋은글



 
        장다리꽃 / 황희영 겨우내 어두운 땅속에서 잠자며 싹틔운 하얀 무 햇살 좋은 봄날 흙 좋은 밭에 심었다 물주고 햇볕 주니 실한 장다리꽃 곱게 피었다 꽃잎에 어머니 얼굴 새겨 놓고 들여다보고 입맞추고 아득히 지나간 날 김매러 가시는 어머니 따라나선 길 가까워지는 듯 멀어지는 내 뒷걸음질 눈속에 찍어 놓은 달콤한 꽃대에 침 삼키며 장다리꽃밭 왔다 갔다 한다 호미질에 여념 없는 어머니 몰래 그 중 하나 뚝 잘라 질겅질겅 먹어 버리고 아무일 없는 척 돌팔매 투정으로 다가가는 어머니의 그늘 따가운 햇살에 높은 한낮의 해 졸려 오는 잠에 집에 가자 보채면 어머니 손에서 놀던 호미 그 자리에 놓아 두고 작은 손 잡고 장다리꽃밭 지나간다 그새 누가 잘라 먹었지 혼내줘야겠구만 알면서 모르는 척 어머니의 혼잣말에 가슴은 방망이질 소리로 꽉 차버리고 내가 그랬다고 말할까 말까 갈등으로 설쳤던 밤 보고 싶은 어머니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는 하얀 장다리꽃의 그리움이다.


출처 : 고운 친구님들의 휴식 공간입니다 ...
글쓴이 : 수호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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