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숲(국보문학 동인시집) 제 6호.2008. 가을.

2009. 1. 3. 15:13등단詩와 발표詩

내 마음의 숲(국보문학 동인시집) 제 6호.2008.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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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영(殘影)  1.
            김승영
내가 지금도 서러워
잠에서 깨어
다시 목이 메이는 것은
어머니가 이제 정말 떠나셔서가 아니라
아직 어머니가
내 안에 남아 계신 까닭이다.

아직 버릴 수 없는
이승에서의 잔영이
아직 남아 있는 까닭이다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과
어머니가 놓을 수 없는 것들이
허공에서 표류하며 너울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춤이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굿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혼과 저기 있는 혼이
마주해 손잡고 추는 춤이
달 그림자 아래서
원혼의 주술을 노래하며
눈처럼 하얀 옷자락을 끌고 있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환영들과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들이
내 밤을 막막하게 하는
그 이유를 난 모르겠다.
哭은 끝나야한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2006. 8 . 어머님 小喪에.
 
 
잔영(殘影) 2.
          김승영
내가 아직도 서러워
시름에 겨운 것은
놓을 수 없는
실 날 같은 인연의 끈 하나
내 안에 남아
잔영으로 자리해 있는 까닭이다

이제 지쳐 더 견디지 못하는
잔인한 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자고 나면 머리맡에 쌓이던
하얀 우수와
어머니의 가냘픈 넋이
함께 부르는 천상의 노래를
끝내지 못한 까닭이다

떠나지 못한 혼과 보낼 수 없는 혼이
불꽃으로 타는 소지(燒紙) 아래
잡은 손 놓을 수 없어
목 놓아 부르는 노래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

원혼은 여전히 가슴을 쓸고
끝내 차갑던 기침소리
오래 환청으로 들리는 밤
내 통한도 소지로 불사르고
노래도 끝나야한다

이제 노래는 끝내야한다

                          2007. 8월 어머님 大喪에.

燒紙(소지):신령 앞에서 비는 뜻으로 종이를 태워서 공중으로 올리는 일, 또는 그 종이.

 
새벽 기도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나네
 
지난해 가을
충청도 어느 호숫가
밤새 울던 갈잎 소리 들려오네
그 밤은
너를 두고 쫓기듯 떠난 자리에
달은 곤두박질로 수면에 가라앉고
별도 그저 싸래기 눈처럼
흩어지고 있을 뿐이었네
 
생존의 벽을 마주해서
기도하고 싶네
어머니의 것
너의 것
나의 것
사랑함으로 슬픈 것
연민으로 가 없는 것
우리 모든 것들
평화로
향기로
 
 
바다는 늘 무엇이 그립다
 
갈매기 우는 바다
뱃고동 길게 울던 이 바다
어제 같은 이별도 없는 이 바다
이 바다는 이제 항구가 아니다
 
사팔뜨기 눈으로 보던 바다에
곱던 노을도 없는데
지금도 내가 바다이고 싶다
바다는 늘 저 혼자 외롭다
바다는 오늘도 무엇이 그립다
이 가을
아직도 저 혼자 쓸쓸하다
 
흐르는 세월 내 고독처럼
혼자서 세월을 간다
긴밤 바다에 바람 불면
잠에서 깨어 춤을 춘다
무엇이고 싶던 것들
천길 바닥에 숨겨두고
떠 올라 춤을 춘다
 
주검으로 바다에 떠서
내가 바다이고 싶다.
 
이 가을 바다는 너무 적막하다
아득한 내 소망의 빈들처럼
바다는 늘 무엇이 그립다

 
                                    이 가을의 초상
 
                                            김승영

                             잃어버린 가을이
                             흔적으로 남은 자리에
                             고추잠자리가 그려 놓은 
                             수채화 한점 거기 있었네

                                 <이 가을은 
                                        저토록
                                            우아했어라.>

                             침몰하는 너절한
                             추억 하나와
                             자투리 노여움을 
                             마른 가슴 서걱 이며
                             갈잎은 오래토록
                             노래하고
                             하냥 숨죽인 그리움은
                             아직 눈부신 환상을
                             꿈꾸고 있다지

                             저 산자락 어디쯤
                             바람에 가려진 가을이
                             혹시 수면에 비쳐질까
                             찾은 바다에
                             노을만 타고 있었네

                                          07.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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