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문학 동인지 3호(5편)

2009. 1. 3. 14:37등단詩와 발표詩

국보문학 동인지 3호(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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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유혹
      김승영
 
달빛 머금은 목련
함초롬히 고운 밤에는
우리도 함께 꽃이 되자
눈부신 사월의 봄날
산자락에 진달래
지천으로 타오르고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명자꽃 농염한 유혹으로
속살 드러내는 수줍은 날이면
우리도 함께 꽃이 되자

꽃잎에 내려앉은 이슬
별빛으로 영롱한 새벽에는
우리도 함께 꽃이 되자
사월의 봄날
난분분 꽃잎 떨어져
환장하게 서러운 날이면
님아 우리도 함께
꽃잎 되어
바람으로 하늘을 날자
 
 
       바다에 비 내리면
       
     시:김승영
    바위를 안고 누운 바다는
    오랜 갈증을 견디고 있었지
    까마득한 날의 그리움이
    아무리 깊어도
    삼키며 태연하던
    저 바다
    타는 목마름을 견디고 있었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억겁으로
    밀려오고 다시 가도
    달빛처럼 깊게 잠든
    저 바다
    가라앉아
    노여움을 견디고 있었지
    이윽고
    비 내리는 날
    바다는
    해갈한 꽃잎처럼
    여명(黎明)으로 피어나고
    갈매기 떼지어 내려앉아
    고단한 날개 짓 쉬는
    바위도 파랗게 젖으려는가
     
     
    이월에는
     
    흐느낌으로 시작하는
    한 겨울 밤 깊어
    골목 어귀에 바람 스산해도
    이월에는 이제
    봄을 기다려도 되겠다
     
    물결처럼 그리움 포말로
    부서져 내리는
    겨울 밤바다에
    시린 서러움 섬처럼 쌓이고
    감추어둔 오랜 상처
    비늘처럼 돋는 우수가
    아직 가슴에 남아 있어도
    이월에는 아직
    봄을 기다려도 되겠다
     
    눈물로 떨어져 흩어지던
    가을 낙엽을 가버린
    사랑처럼 안고 보내는
    긴 겨울 밤 하늘에
    지친 별들 차게 떨며 슬퍼도
    이월에는 이제
    봄을 기다려도 되겠다
     
     
     
    봄비 오는 밤
           
     
    돌아서지 못하고
    주춤대는 겨울을 
    보내려는 몸짓으로
    삼월의 비는
    긴 강 물길을 지나 내리고
    돌아가는 길 잃어
    빈 하늘에서 미아가 된
    미련한 내 그리움
    자리걷이 굿으로라도
    이제 보내야겠다
     
    매양 돌아서기가 더 어렵던
    살이
     
    哭(곡)으로 취기 오르고
    무당굿 아득한 징소리
    봄비에 노여운 밤
    겨울 끝자락에 묶어
    함깨 보내야겠다
     
    悔恨(회한)으로 남아
    결석처럼 완고한 고통으로
    자랄지라도
     
     
             이제 비는 내리고      
                           
                            
              흘러가 이제는 자취도 없는 
    빛 바랜 그림자를 안고
    말라버린 그리움에 가라앉아
    오래 잠든 내게
    그는 바람으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만장(輓章)처럼
    그렇게 사랑은 가고
    지하 천 미터쯤의 어둠 속에서
    갈증으로 타고 있을 때
    그는 봄비처럼 그렇게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지.
     
              이제 넝마 되어버린
    그 바다의 노을
    끝자락을 놓을 수 없어
    조각나 소멸해 가던 가슴에
    폴롯의 선율로
    그는 그렇게 내게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비는 가슴을 적시며 왔고
    바람은 내 잠을 흔들고 있었지
    이제 깨어 일어나
    그가 연주하는 뜨거운 음색으로
    춤을 추어야겠다.
    노래도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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