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비전 43호.

2009. 1. 3. 14:36등단詩와 발표詩

문예비전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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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영(殘影)  1.
            김승영
내가 지금도 서러워
잠에서 깨어
다시 목이 메이는 것은
어머니가 이제 정말 떠나셔서가 아니라
아직 어머니가
내 안에 남아 계신 까닭이다.

아직 버릴 수 없는
이승에서의 잔영이
아직 남아 있는 까닭이다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과
어머니가 놓을 수 없는 것들이
허공에서 표류하며 너울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춤이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굿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혼과 저기 있는 혼이
마주해 손잡고 추는 춤이
달 그림자 아래서
원혼의 주술을 노래하며
눈처럼 하얀 옷자락을 끌고 있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환영들과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들이
내 밤을 막막하게 하는
그 이유를 난 모르겠다.
哭은 끝나야한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2006. 8 . 어머님 小喪에.
 
이제 비는 내리고      
                        시: 김승영
 
          흘러가 이제는 자취도 없는 
빛 바랜 그림자를 안고
말라버린 그리움에 가라앉아
오래 잠든 내게
그는 바람으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만장(輓章)처럼
그렇게 사랑은 가고
지하 천 미터쯤의 어둠 속에서
갈증으로 타고 있을 때
그는 봄비처럼 그렇게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지.
 
          이제 넝마 되어버린
그 바다의 노을
끝자락을 놓을 수 없어
조각나 소멸해 가던 가슴에
폴롯의 선율로
그는 그렇게 내게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비는 가슴을 적시며 왔고
바람은 내 잠을 흔들고 있었지
이제 깨어 일어나
그가 연주하는 뜨거운 음색으로
춤을 추어야겠다.
노래도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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