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2006. 5. 8. 23:31좋은글

 

 



 

...........

나 어렸을 적

어머니는 꼭두새벽 콩밭 열무를 하늘만치나 큰 광주리에 가뜩 이고 오십리나 되는 읍내로

팔러 나가더니 땅거미가 들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마당이 들어서는 사람의 얼굴을 분간할수 없을만큼 어두어져서야 겨우 돌아온 어머니는

그 큰 광주리 한 쪽에 남은 두어단의 열무만큼 시들시들 지쳐있었다.

/물국수 한그릇 사먹기에 그 동전 몇닢 쓰기가 아까워 진종일 맹물로 배를 채운 것이다.

/그로부터 한 사십년쯤 지난 지금

/어머니들은 탈탈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콩밭 열무를 팔러 다닌다.

 꼭두새벽에 나가야할 이유도 없으려니와 어두워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시들고 풀이 죽어가지고 돌아오기는 마찬가지다.

/버스의 몸살에 시달리고 멀미에 지친 몸도 마음도 맥이 풀려있었다.

/비단 어머니들 뿐 아니라 들도 들건너 산들도 쇠붙이 냄새가 지독한 멀미에 지쳐 풀이

죽어있었다.(시.멀미)

 

......이병훈 시인의 "사랑과 시의 사이쯤에서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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