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영/시. 김승영

2005. 11. 23. 23:40나의 글

 

 


 

잔영(殘影)  1.
            김승영
내가 지금도 서러워
잠에서 깨어
다시 목이 메이는 것은
어머니가 이제 정말 떠나셔서가 아니라
아직 어머니가
내 안에 남아 계신 까닭이다.

아직 버릴 수 없는
이승에서의 잔영이
아직 남아 있는 까닭이다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과
어머니가 놓을 수 없는 것들이
허공에서 표류하며 너울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춤이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굿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혼과 저기 있는 혼이
마주해 손잡고 추는 춤이
달 그림자 아래서
원혼의 주술을 노래하며
눈처럼 하얀 옷자락을 끌고 있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환영들과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들이
내 밤을 막막하게 하는
그 이유를 난 모르겠다.
哭은 끝나야한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2006. 8 . 어머님 小喪에.

 

 

잔영(殘影) 2.
          김승영
내가 아직도 서러워
시름에 겨운 것은
놓을 수 없는
실 날 같은 인연의 끈 하나
내 안에 남아
잔영으로 자리해 있는 까닭이다

이제 지쳐 더 견디지 못하는
잔인한 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자고 나면 머리맡에 쌓이던
하얀 우수와
어머니의 가냘픈 넋이
함께 부르는 천상의 노래를
끝내지 못한 까닭이다

떠나지 못한 혼과 보낼 수 없는 혼이
불꽃으로 타는 소지(燒紙) 아래
잡은 손 놓을 수 없어
목 놓아 부르는 노래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

원혼은 여전히 가슴을 쓸고
끝내 차갑던 기침소리
오래 환청으로 들리는 밤
내 통한도 소지로 불사르고
노래도 끝나야한다

이제 노래는 끝내야한다

                          2007. 8월 어머님 大喪에.

燒紙(소지):신령 앞에서 비는 뜻으로 종이를 태워서 공중으로 올리는 일, 또는 그 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