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것은 허상이었음을/시. 김승영

2006. 2. 10. 19:35나의 글

 

발을 적시며 걷던
새벽 들판이
한 때 푸르렀음을
기억해 냈을 때
바람은 사납게 불고 있었다

 

서걱이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신음하며 달리다 만난
강가에서 별빛이 부서지며
오열하는 소리를 듣고
강물로 녹아들고 싶은
슬픔을 감추었다

 

그것은 허상임을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마른 풀잎과 바람은
낮은 소리로 말한다

한때 현란한 풀꽃이
피어 있었음을 기억해 냈을 때도
바람은
사납게 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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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것은 허상이었음을/시. 김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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