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바다 한 가운데서/시. 김승영

2006. 2. 10. 19:35나의 글

바다 한 가운데서
시체로 떠 있고 싶다
그때는 서럽지 않으리라
서툴게 이어온 생존
그때는 아주 편안하리라

 

달리고 싶던 빈들도
타오르던 우리 사랑도
수면을 지나는 바람처럼
물 속에 잠기리라
홀로 속 상해하던  벌레의 몸짓도
별처럼 빛나는 영혼에
恨을 쏟아 붓고
끝없는 나락으로 무너져 내리던 너도
지금은 날아가 버린 물새처럼
사라지리라

 

어느 날의 바다 한가운데서
시체로 떠서 출렁이다 만나는
바람과 하늘은
오열을 감춘 나를 안아주리라
때로 타는 노을을 안고
붉게 물들어
꽃처럼 예쁘게 피어나는
나를 웃어주리라

 

시체로 떠있고 싶다
남루한 그늘만 남기고 쫓겨온 생존
노래하리라
바다를 떠돌며 바다가 되어
크게 노래하리라
바람 세찬 밤엔 파도 되어
외쳐대리라
너를 울게 하던 것들
나를 아프게 하던 것들
무참한 것들에게
큰 소리로 덤벼들리라
소리치며 토해내리라

 

바다 한가운데서
시체로 떠 있고 싶다
언제나 떨며 가엾던 우리
그 때는 아주 편안하리라
쏟아지는 달빛을 안고
웃을 수 있으리라

 

쓸쓸한 고요의 바다에서
스처가는 고기비늘이
별빛아래 반짝이는 날
울게되리라
그 모든 우리 것
아무래도
다시 울게되리라

 


              


출처 : 바다 한 가운데서/시. 김승영
글쓴이 : 먼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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