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잔영/시. 김승영

2006. 2. 10. 19:32나의 글

 

 


 

잔영

내가 지금도 서러워
잠에서 깨어
다시 목이 메이는 것은
어머니가 이제 정말 떠나셔서가 아니라
아직 어머니가
내 안에 남아 계신 까닭이다.

아직 버릴 수 없는
이승에서의 잔영이
아직 남아 있는 까닭이다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과
어머니가 놓을 수 없는 것들이
허공에서 표류하며 너울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춤이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굿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혼과 저기 있는 혼이
마주해 손잡고 추는 춤이
달 그림자 아래서
원혼의 주술을 노래하며
눈처럼 하얀 옷자락을 끌고 있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환영들과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들이
내 밤을 막막하게 하는
그 이유를 난 모르겠다.
哭은 끝나야한다

哭은 끝나지 않았다

2005 년 늦 가을.


출처 : 잔영/시. 김승영
글쓴이 : 먼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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