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낮술을 마신 날은/시. 김승영

2006. 2. 10. 19:32나의 글

 

낮술을 마신 날은
손가락 사이로
하늘이 지나간다
쥐어도 쥐어도
흔적 없이 새 버리는 하늘이
빠르게 지나간다

 

낮술을 마신 날은
그 언제던가 술한잔 남기고 온
주점으로 이차를 하러 가고 싶어진다
두고 온 것들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낮술을 마신 날은
너를 데불고
지옥에 가고 싶어진다
죽은 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자의 고통이
함께 끓어오르는
연옥의 문턱에서
숨 막혀 쓰러지고 싶어진다


나 혼자 타오르다
나 혼자 쓰러지는
불꽃으로 일렁이며
끝도 없이 달리고 싶어진다


 

출처 : 낮술을 마신 날은/시. 김승영
글쓴이 : 먼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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