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해인사/시. 김승영

2006. 2. 10. 19:31나의 글

 

 

해인사

 

나에게도 어느 때
봄이 있었던가

 

눈 녹아 내리는 山寺엔 내가
움츠린 그림자로 겨울 바람인 채
흔들리고 있었다

 

나의 가슴에 어느 때
봄이 있었던가
흘러내린 눈물이 온통
들과 산을 적실 때 너는
머언 구름 사이를
상처난 겨울 새 되어
힘겹게 날며 꺼이 꺼이
알 수 없는 소리로 울고 있었다

 

새하얀 마음으로 숨죽인
너를 데불고 오르는 산길
우주 공간 훠이 훠이
너를 안고 날고 싶은
아린 소망 끝에서
흙바람이 분다

 

하늘 가까이 닥아든 자리에
가고 없는 者.

남아 있는 者.
石塔 그늘 아래서
허망한 인간의 佛心과 언제나
무량한 어둠의 사랑을
너는 이야기한다

 

언 듯
천년을 미동도 없는
부처 아래 떠도는 魂을 본다
이승과 저승사이
그저 길손일 뿐인 우리
산다는 건
잠깐 머물다 가는 것
순간으로 살다가는 우리

 

노을을 지고 떠나는 산길에
마음 빈자리
우주로도 채울 수 없이
더 큰 슬픔이 있음을
겨울새는 날며 소리쳐
말하고 있었다

 

 

                

출처 : 해인사/시. 김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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