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술을 마신 날은

2008. 12. 13. 20:54詩集"바다는 늘 무엇이 그립다

 

 

낫술을 마신 날은 

        김승영 

 

낮술을 마신 날은
손가락 사이로
하늘이 지나간다
쥐어도 쥐어도
흔적 없이 새 버리는 하늘이
빠르게 지나간다

 
낮술을 마신 날은
그 언제던가 술한잔 남기고 온
주점으로 이차를 하러 가고 싶어진다
두고 온 것들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낮술을 마신 날은
너를 데불고
지옥에 가고 싶어진다
죽은 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자의 고통이
함께 끓어오르는
연옥의 문턱에서
숨 막혀 쓰러지고 싶어진다

나 혼자 타오르다
나 혼자 쓰러지는
불꽃으로 일렁이며
끝도 없이 달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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