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허리병 허리 디스크 이야기

2007. 11. 10. 16:20신장과허리

허리 디스크의 진단 0


 

어떤 질병에서도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허리 디스크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입니다. 환자의 증상을 무시하고 정밀검사 소견만 가지고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밀검사에서 아무리 심한 소견을 보여도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요통에 관해서 어느 정도 개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요통의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인 허리 디스크가 어떤 병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여러 개의 작은 척추뼈가 모여서 척추라는 인체의 기둥을 이룬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척추뼈만 층층이 쌓여 있다면 뼈끼리 부딪쳐서 아프고 소리도 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척추뼈 사이에는 척추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쿠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디스크(disc)’ 라는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구조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디스크는 영어이며 우리말 의학 용어로는 ‘추간판(椎間板)’ 이라고 부릅니다(그림 2-1).

그림 2-1 a. 척추뼈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있습니다.
             b. 만약 디스크가 없다면 척추뼈끼리 부딪쳐서 소리도 나고 아플 것입니다.
                실제 노인의 경우 디스크가 마모되어 뼈끼리 부딪쳐 여러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디스크(추간판)의 한가운데에는 젤리 같이 찐득찐득한 수핵(髓核)이라는 물질이 있으며, 그 주변에 수핵을 둘러싸는 섬유륜(纖維輪)이라고 불리는 두꺼운 막(膜)이 있어 디스크는 전체적으로 자동차의 타이어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그림2-2a).

그림 2-2 a. 디스크의 한가운데에는 수핵이 있고, 그 주변에 섬유륜이라는 두꺼운 막이 있습니다.
            b. 일어서 있는 상태에서 디스크는 중력을 받아 조금 납작해집니다.
            c. 디스크가 견딜 수 있는 힘보다 큰 힘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돌출되어 신경을 누릅니다.
                이 상태가 ‘허리 디스크’ 입니다.
            d. 더 큰 힘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터지기도 합니다.

   디스크는 평상시 일어서 있는 상태에서는 중력을 받아 납작해지면서 바깥쪽으로 약간 볼록한 형태가 됩니다(그림 2-2b). 디스크는 그 특수한 구조 때문에 웬만한 힘이 가해져도 쿠션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스크가 견딜 수 있는 힘보다 더 큰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경우 손상을 입게 됩니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린다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오랫동안 취하게 되면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밖으로 돌출되는데(그림 2-2c), 심한 경우 디스크를 감싼 막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는 수핵이 튀어나오게 됩니다(그림 2-2d).

   디스크가 돌출되는 경우 대개 후방(後方) 또는 후외방(後外方)으로 돌출되는데 이때 바로 곁에 있는 신경을 누르게 됩니다(그림 2-3). 이 신경은 척추신경 다발에서 갈라져 나간 ‘가지신경’ 인 요추 신경입니다. 요추 신경은 허리에서 다리〔下肢〕로 내려가는 신경입니다. 돌출된 디스크로 요추 신경이 눌리면 요통과 함께 다리가 아프고 저린증상〔방사통, 放射痛〕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같이 디스크가 돌출되어 신경을 눌러 요통과 함께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 ‘추간판 탈출증(椎間板脫出症)’ 또는 ‘디스크 탈출증’ 입니다. 이 병을 일반인들은 간단히 ‘디스크’ 라고 부릅니다.

   디스크는 척추의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습니다. 목에 생기면 ‘목 디스크’, 등에 생기면 ‘등 디스크’, 허리에 생기면 ‘허리 디스크’ 라고 부릅니다. 빈도별로 보면 허리 디스크가 가장 흔하고, 다음이 목 디스크이며 등 디스크는 드문 병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병은 허리 디스크입니다.

그림 2-3 a. 옆에서 본 그림
             b. 허리만 확대한 그림
             c. (옆에서 본 그림) 디스크가 후방으로 돌출되면 바로 곁에 있는 신경을 누르게 됩니다.
                 이 신경은 척추 신경다발에서 갈라져 나온 요추신경입니다.
             d. 앞에서 본 그림.

       디스크는 원래 병명이 아닙니다. 디스크의 원래의 의미는 척추뼈 사이에서 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아 주는 쿠션 역할을
        하는 구조물입니다. 디스크가 돌출되어 신경을 누르는 병이 ‘디스크 탈출증’ 인데 이것을 간단히 ‘디스크’ 라고 부르다가
        병명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돌출된 디스크로 눌리는 신경이 요추 신경이라고 하였는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요추 신경근(神經根, nerve root)입니다.

        좌골 신경통 : 어떤 사람들은 허리 디스크를 좌골 신경통(坐骨神經痛)이라고 부릅니다.
        허리 디스크로 인해 눌리는 요추 신경과 좌골 신경은 서로 연결관계는 있지만 같은 신경은 아닙니다. 따라서 좌골
        신경통과 허리 디스크는 엄밀한 의미에서 같은 병이 아닙니다.
        좌골 신경통이란 용어는 허리 디스크란 병을 지칭하기보다는, 허리 디스크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인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
을 지칭하는 용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허리에도 여러 개의 디스크가 있다고 하는데, 허리 디스크는 어느 부위에서 많이 생깁니까?

   허리에는 제1요추부터 제5요추까지 다섯 개의 척추뼈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허리라고 하면 제5요추 바로 아래의 제1천추까지 포함합니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가 ‘디스크’ 입니다. 따라서 허리에는 위쪽의 제1~2요추 사이의 디스크부터 아래쪽의 제5요추~1천추 사이의 디스크까지 다섯 개의 디스크 마디가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가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제4~5요추 사이의 디스크, 제5요추~1천추 사이의 디스크 두 부위입니다. 이 두 부위에서 90% 이상 발생합니다. 간혹 제3~4요추 사이의 디스크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드물게 제2~3요추 사이, 제1~2요추 사이의 디스크에서도 발생합니다. 디스크가 두 부위 이상 여러 부위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스크의 발생 부위가 높은 것과 낮은 것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디스크의 발생 부위가 높을수록 수술의 부담이 커집니다. 부위가 위로 올라갈수록 중추 신경에 가까워져서 수술 과정에서 신경을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제1요추 부위에서 중추 신경이 말초 신경으로 변합니다. 따라서 디스크 발생 부위가 높을수록, 특히 제1~2요추 사이의 디스크 또는 그보다 위쪽의 디스크 수술에서는 신경이 다치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신경을 다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발가락, 발목 또는 무릎 아래가 마비될 수 있고 대, 소변 장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림 2-4 a. 옆에서 본 그림.
             b. 제4~5요추(허리 척추뼈) 사이, 제5요추~1천추 사이의 디스크 마디에서 허리 디스크의 90% 이상이
                 발생합니다.
             c, d. 디스크의 발생 부위가 높을수록 수술시 조심해야 합니다. 중추 신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S1은
                 제1천추(골반 척추뼈)를 나타냅니다.

 허리 디스크는 어떤 증상(症狀)을 나타냅니까?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두 가지 증상은 ‘요통’ 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 입니다. 환자에 따라서 요통이 주증상인 경우도 있고, 다리의 통증이 주증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는 요통보다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리의 증상이 전혀 없이 요통만 있는 경우는 허리 디스크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한 요통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허리 디스크에서 요통은 허리 부위뿐만 아니라 엉치 부위의 통증으로도 많이 나타납니다. 다리의 통증은 허리나 엉치에서 시작하여 허벅지와 장딴지의 뒤쪽과 바깥쪽을 따라서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방사통(放射痛)의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대개의 경우 한쪽 다리나 한쪽 엉치에서 통증을 느끼지만, 심한 경우 양쪽 다리 모두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돌출된 디스크로 신경이 심하게 눌리는 환자에서는 발목이나 발가락 마비, 감각 저하 등의 신경 증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할 것입니다.

그림 2-5 허리 디스크 환자가 가장 흔히 느끼는 통증의 양상. 물론 환자에 따라, 발생 부위에 따라 약간씩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허리 디스크는 허리의 병인데 왜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픈가요?

   병이 허리에 있다고 해서 꼭 허리 부위가 아픈 것은 아닙니다. 돌출된 디스크로 신경이 눌리는데 이 신경은 ‘요추 신경’ 으로, 허리에서 엉치를 거쳐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입니다. 따라서 병은 허리에 있지만 허리보다 엉치나 종아리, 발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어떤 환자는 디스크로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고 골반이 틀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허리 디스크가 심한 환자, 즉 돌출된 디스크로 신경이 심하게 눌린 환자에서는 간혹 척추가 한쪽으로 휘어지게 됩니다. 신경을 조금이라도 덜 눌리게 하기 위하여 무의식중에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척추가 휘어지는 상태를 측만증이라고 합니다.

   측만증에는 척추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따라 구조성 측만증비구조성 측만증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초·중·고등학생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척추가 휘어지는 병은 특발성 측만증이라는 병인데, 구조성 측만증의 한 유형입니다.

   이에 반해서 디스크로 인하여 척추가 휘어지는 것은 비구조성 측만증의 한 유형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65페이지에서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몸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것은 디스크가 그만큼 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정밀검사가 없을 때에는 이 증상이 있으면 수술적 치료를 생각하였을 정도로 중요한 증상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몸이 한쪽으로 틀어지면 다리 길이가 다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리 길이가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허리 디스크로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64kg에서 55kg으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디스크로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까?

   허리 디스크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병이지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은 아닙니다. 만약 체중이 현저하게 감소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발열(發熱) 증세가 계속된다면 허리 디스크가 아닌 보다 더 심각한 병을 생각해야 합니다.

   허리 디스크에서 돌출된 디스크로 눌리는 신경은 요추 신경입니다. 어떤 병이든지 요추 신경이 눌리게 되면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척추 골수염으로 인해 고름이 요추 신경을 누르거나, 척추 종양에서 종양 조직이 요추 신경을 누르는 경우 허리 디스크와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병들은 허리 디스크 증상 이외에 발열, 체중감소 등의 전신증상을 함께 보입니다.

   따라서 질문을 하신 분은 허리 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허리 디스크에 걸리면 목이나 등도 아픕니까? 또 머리도 아프고 손끝과 팔다리가 쑤시는 증상도 있다고 하는데요.

   허리가 심하게 아프면 근육이 긴장을 하게 되므로 등과 목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등이나 목의 증상은 허리 디스크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머리가 아프고 손끝이나 팔다리가 쑤시는 증상은 디스크 증상과 관계가 없습니다. 다른 질병이 있는지, 아니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지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허리 디스크는 얼마나 흔한 병입니까? 또 허리 디스크는 어떤 연령층에 많이 생깁니까?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허리 디스크에 걸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3%라고 합니다.

   허리 디스크가 아무리 잘 알려진 병이라고 하더라도 암, 고혈압만큼 흔한 병은 아닙니다.

   허리 디스크는 30~50세 사이에 많이 발생합니다. 물론 20세 이전에도 허리 디스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조사 결과 허리 디스크 환자의 약 15%가 10대에 발병합니다. 허리 디스크와 가장 비슷한 병인 척추관 협착증은 주로 40세 이후에 발병합니다.

 10대에서도 디스크가 생긴다고요? 디스크는 나이든 사람의 병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10대 초반의 아주 어린 나이에도 디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때 디스크를 노화현상으로 설명했는데 어린아이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노화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에게서 생기는 디스크는 어른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돌출된 디스크 속에 뼈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간혹 초·중·고등학생 자녀가 디스크로 진단을 받고 정밀검사를 해 보니 디스크와 함께 뼈조각이 떨어져 나왔다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을 봅니다.

   10대에는 척추뼈의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고 열려 있습니다. 따라서 디스크가 돌출되면서 성장판의 뼈조각 일부를 물고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CT, MRI 등의 정밀검사로 뼈조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서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 디스크와 뼈조각을 함께 제거하려면 큰 수술이 됩니다.

그림 2-6
a. 10대에는 척추의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습니다. 디스크가 발생하는 경우 어른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b. 간혹 성장판의 뼈 일부분을 물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c. 뼈조각을 물고 떨어진 소견을 보여주는 MRI 사진.
d. 뼈조각을 보여주는 CT단면 사진.

 허리 디스크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유전적인 요인도 있나요? 허리 디스크에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허리 디스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전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이 허리 디스크에 잘 걸리는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직업, 운전을 많이 하는 분들, 흡연을 하는 분들에서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 이외에 아직 뚜렷하게 입증된 사실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 돌출의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어떤 의사들은 허리 디스크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화현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이가 들면 디스크 내부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면서 디스크가 탄력을 잃게 되는데, 탄력을 잃은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돌출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0세의 어린아이에서도 디스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노화현상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허리 디스크란 병은 디스크(추간판)라고 불리는 구조물이 돌출되면서 신경을 누르는 병입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디스크가 돌출될 때 정상적인 디스크가 돌출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이미 변성(變性)되어 있는 상태의 디스크가 돌출된다는 사실입니다. ‘변성 디스크’ 란 ‘비정상 디스크’ 와 같은 의미로 받아 들이면 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에서 디스크가 돌출되기 전에 그 디스크는 이미 비정상 디스크 상태입니다. 현재 허리 디스크 발생의 가장 유력한 원인은 ‘변성된 디스크에 과도한 외력(外力)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돌출되는 것’ 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스크 탈출증이 일어나기 이전에 그 디스크는 이미 변성 상태라고 말씀 하셨는데, ‘변성’ 이란 어떤 상태를 말합니까? 선뜻 와 닿지가 않는데요?

   ‘변성(變性)’ 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성질(性質)이 변화(變化)되어 정상과는 다른 상태라는 뜻입니다. 디스크의 변성 상태는 디스크 내부에 고장이 난 상태라고 이해하셔도 좋습니다(디스크 내부에 고장이 난 상태는 253페이지에서 ‘디스크 내장증(內障症)’ 이라는 병명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MRI 검사 소견을 이용하여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정상 디스크는 MRI 검사에서 밝은 색으로 나타납니다. 디스크 내부에 고장이 나면, 즉 디스크가 변성된 상태에서는 밝게 나타나야 할 디스크가 검은색으로 나타납니다(그림 2-7). 따라서 변성 디스크 상태를 미국 사람들은 ‘Dark Disc Disease(검은색 디스크의 질환)’, 간단히 DDD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변성 디스크의 주증상은 요통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변성 디스크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으며, 요통도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집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변성 디스크에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후방으로 돌출됩니다. 이것이 ‘허리 디스크’ 라는 병입니다. 요약하면,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 환자는 디스크가 돌출되기 전에 이미 변성 디스크 상태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림 2-7 a. 모든 디스크가 정상상태이며, MRI 검사에서 흰색으로 나타납니다.
             b. 변성된 디스크는 검은색으로 나타납니다(화살표).
             c. '허리 디스크’에서는 검은색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후방으로 돌출됩니다(화살표).

 왜 디스크가 변성 상태로 변하나요?

   어떤 의사들은 디스크의 변성 변화를 노화현상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서 ‘변성 디스크’ 라는 말 대신에 ‘퇴행성 디스크’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과 같이 디스크를 구성하는 물질에 노화현상이 일어난 상태가 변성 디스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10대의 어린 나이에도 디스크의 변성이 생기기 때문에 노화현상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디스크 변성을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이 ‘자가면역 질환’ 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는 체내의 면역 시스템이 환자 자신의 관절 구성물질을 침입자 또는 이물질(異物質)로 잘못 인식하고, 관절을 공격하여 파괴합니다. 마찬가지로 면역 시스템에서 자신의 디스크 구성물질을 외부의 침입자라고 착각하고 공격하여 정상적인 디스크를 망가뜨리면 변성 디스크가 된다는 것입니다. 변성 디스크가 왜 생기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건 변성 디스크는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여기서 더 진행하여 ‘허리 디스크’ 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변성 디스크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지만 최근에는 MRI 검사를 통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디스크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 질환(自家免役疾患, Autoimmune disease)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우리 몸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합니다. 외부에서 침입자가 들어오면 레이더를 통하여 이를 감지하고 백혈구를 동원하여 파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면역 시스템은 개체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기능입니다. AIDS란 병은 AIDS 바이러스에 의해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 가운데 레이더 장치가 망가지는 병입니다. 레이더 장치가 망가지면 평소에는 병을 일으키지 못하는 약한 세균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결국 세균감염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요약하면 AIDS란 병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약해져서 문제가 되는 병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면역 시스템이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자가면역 질환’ 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면역 시스템이 너무 예민해져서 자신의 체내 조직의 일부분을 자신의 조직이 아닌 침입자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콩팥에 있는 단백질을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면 신장염이 생기고, 관절막의 단백질을 침입자로 오인하여 공격하면 관절염이 생깁니다. 디스크 내부의 특정 물질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면 디스크가 망가지면서 ‘변성 디스크’ 라는 상태가 됩니다.

 허리 디스크에서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병의 경과(經過)입니다. 일반인들은 허리 디스크에 걸리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부터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어떤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관찰할 때 그 병이 밟는 경과를 ‘그 질병의 자연경과(自然經過, Natural history of the disease)’ 라고 합니다. 모든 질병은 각각 다른 자연경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맹장염(정확히 말하면 충수염: 蟲垂炎)의 경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맹장이 터져 복막염을 일으켜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며, 위암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암이 온몸에 퍼져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약 안 먹으면 7일” 이라는 농담이 있듯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개 잘 낫습니다.

   허리 디스크의 자연경과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전체 환자의 약 75%가 한두 달 정도 안정 가료만 취하면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고,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 자연 치유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가만히 놔 둬도 저절로 좋아질 환자가 75% 정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절로 좋아지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수술을 받았다면 수술로 좋아졌다고 생각을 할 것이고, 침을 맞았다면 침 때문에 좋아졌다고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히 불필요한 치료를 했을 가능성이 75%나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아파 죽겠는데 저절로 좋아진다고 아무 치료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아픈 통증은 약이나 물리 치료 등으로 덜 아프게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수술을 받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수술은 그 나름대로 환자에게 부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자연 치유되는지 아닌지는 최소한 한 달 이상 기다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환자에게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면서 수술을 권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75%의 환자가 자연 치유된다는 허리 디스크의 자연경과를 고려할 때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허리 디스크의 자연경과에 관해서는 제3장 “허리 디스크의 보존적 치료” 에서 좀더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75%의 환자는 저절로 좋아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증상이 말끔하게 낫는다는 뜻인가요?

   허리 디스크 환자의 주증상은 크게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통증의 두 가지 증상입니다. 한두 달 안에 증상이 저절로 좋아진다는 것은 주로 다리가 저리고 아픈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요통은 좀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다리의증상이 없어진 후 요통이 계속되는 것을 걱정하는데, 요통은 운동 치료를 통하여 허리를 강하게 만들어야 결국 좋아집니다. 따라서 자연 치유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것은 다리의 통증입니다. 허리와 다리가 같이 아프다가 다리의 통증이 없어지는 현상을 ‘중심화 현상’ 이라고 표현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통증이 허리 가운데로 뭉친다는 뜻입니다. 중심화 현상이 나타나면 허리 디스크라는 병이 나아졌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운동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중심화 현상은 127페이지에서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 2-8 허리와 다리가 같이 아프다가 다리의 통증이 점점 사라지면서 통증이 허리 가운데로 뭉치는 현상을
            중심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허리 디스크는 응급 상황이 아닙니까? 허리 디스크를 서둘러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다리가 마비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대다수의 허리 디스크 환자는 응급 상황이 아닙니다. 따라서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다리가 마비된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서둘러 수술 치료를 하는 것보다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으로 통증을 다스리면서 병의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 치유될 가능성이 10명 중 7~8명(75%)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드물게 다음과 같은 응급 상황도 있습니다.

   (1) 허리 디스크에 의한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면 응급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또 발가락이나 발목의 힘이 현저하게 약해졌다면 서둘러서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3) 아주 드물게 대, 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거나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심각한 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마미증후군(馬尾症候群, Cauda equina syndrome)’ 이라고 하는데, 허리 디스크의 가장 심한 상태이며
        응급수술을 요합니다.

   보통의 허리 디스크 환자는 신경다발에서 갈라진 가지신경 하나가 눌리는 데 반해서 ‘마미증후군’ 은 신경다발 전체가 큰 디스크 조각에 의하여 갑자기 심하게 눌린 경우에 나타납니다. 이런 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큰 대학병원에서도 3~4년에 한두 명 경험할 정도로 아주 드물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2-9 신경다발은 여러 개의 신경 가닥이 모여 이루어 지는데, 그 모양이 마치 말(馬) 꼬랑지처럼
            보이기 때문에 ‘마미(馬尾)’ 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림 2-10 a.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에서는 가지신경이 눌립니다.
              b. 큰 디스크 조각이 신경다발 전체를 갑자기 누르면 마미증후군이 생깁니다. 하지만 아주
                  드문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허리 디스크에서는 돌출된 디스크로 ‘요추 신경’ 이 눌려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 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관 협착증입니다. 그 밖에도 요추 신경을 누르는 질환은 모두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척추 결핵, 척추 골수염, 척추의 암 등에서 고름이나 암조직이 요추 신경을 누르면 비슷한 증상을 나타냅니다. 허리 디스크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들과 감별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병들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질환들 가운데 비교적 흔히 접하는 질환들을 모아서 “제6장 허리 디스크의 유사 질환” 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의 진단(診斷)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까?

   모든 질병의 진단은 ① 문진(問診)을 통해서 환자의 증상을 알아보고, ② 의사가 직접 환자를 진찰한 후, ③ 여러 가지 검사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허리 디스크의 경우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이 세 가지 과정을 거쳐 진단하게 됩니다.

 

 진단 과정을 한 가지씩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허리 디스크는 어떤 진찰소견을 보입니까?

 

   진찰에 앞서 허리 디스크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입니다. 증상만 들어도 허리 디스크인지 아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진 과정에서 의사에게 증상을 조리있게 잘 이야기해야 합니다. 증상에 대해서는 46페이지에서 이미 설명하였습니다.

   허리 디스크의 진찰은 ‘하지 직거상 검사’ 와 ‘신경 검사’ 의 두 가지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허리 디스크의 진찰에는 특별한 기구가 필요치 않습니다. 단지 한쪽 끝에 고무가 달린 망치와 같이 생긴 ‘햄머(hammer)’ 라고 부르는 간단한 기구만 있으면 됩니다. 이 기구는 신경 반사를 알아보는 데 사용됩니다.

   (1) 하지 직거상 검사(下肢直擧上檢査, Straight leg raising test)

용어 자체는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한 검사로, 허리 디스크를 가장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한쪽 다리씩 무릎을 편 상태를 유지하면서 들어올려 보는 검사로 집에서도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70도 이상 들어올릴 수 있지만 허리 디스크 환자의 경우는 다리를 조금만 들어올려도 허리와 엉치, 다리에 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에 들어올릴 수 있는 각도가 제한됩니다. 돌출된 디스크로 신경이 심하게 눌릴수록 각도의 제한이 심합니다. 디스크가 왼쪽으로 돌출되어 있으면 왼쪽 요추 신경이 눌려 왼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데 제한이 있으며, 오른쪽으로 돌출되어 있으면 오른쪽 요추 신경이 눌려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데 제한이 있습니다. 간혹 한쪽 다리를 들어올릴 때 반대쪽 다리까지 심하게 아픈 환자가 있습니다. 이것은 신경이 아주 심하게 눌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과거에 MRI 검사와 같은 정밀검사가 없을 때 이런 환자는 처음부터 수술 치료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림 2-11 무릎을 편 상태로 한쪽 다리씩 들어올리는 데 제한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2) 신경 검사

하지 직거상 검사로 디스크인지 아닌지 판단한 후에 하지(下肢)의 근력(筋力), 감각(感覺), 신경 반사(神經反射)의 세 가지를 검사하여 신경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평가합니다. 돌출된 디스크로 신경이 심하게 눌리는 환자는 다리의 근력이 약해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신경 반사 기능이 떨어지는 신경 증상이 나타납니다.

        근력

허리 디스크에서 ‘근육의 힘〔筋力〕’ 의 약화는 발목이나 엄지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들어올리는 힘이 감소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발목이나 발가락의 힘이 정상인지 떨어졌는지 세밀하게 평가함으로써 디스크의 발생 부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발목이나 발가락의 근력을 측정하는 데는 특별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의사의 손의 감각(感覺)으로 반대쪽 발목이나 발가락의 힘과 비교하여 평가하게 됩니다.

        감각

허리 디스크 환자는 아픈 쪽 다리 장딴지의 내측, 외측, 발등 또는 발바닥의 ‘감각’ 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위의 감각을 반대쪽 다리와 비교하여 정상인지 혹은 떨어져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디스크의 발생 부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신경 반사

‘신경 반사 기능’ 을 평가하기 위하여 햄머를 이용하여 무릎 반사, 발목 반사를 알아봅니다. 디스크 환자에서는 간혹 이러한 반사들이 정상인보다 떨어지는 소견을 보입니다.

   이상과 같은 신경 검사를 통하여 척추 신경의 어느 부위가 눌렸는지, 허리 디스크가 생긴 부위가 어디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서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 증상은 신경이 비교적 심하게 눌린 환자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허리 디스크가 발생하는 부위를 순서대로 보면 제4~5요추 사이, 제5~1천추 사이, 제3~4 요추 사이의 디스크의
        순서입니다. 디스크 발생 부위에 따라 눌리는 신경이 다르며, 나타나는 신경 증상도 다릅니다(그림 2-12).

   (1) 제4~5요추 사이에서 디스크가 돌출되면 제5요추 신경이 눌립니다. 이 때는 엄지발가락을 위쪽으로 들어올리는 힘이
        약해지고, 장딴지 외측과 발등의 감각이 떨어집니다.

그림 2-12 <a>

   (2) 제5요추와 제1천추 사이에서 디스크가 돌출되면 제1천추 신경이 눌립니다. 이 때는 발가락 끝으로 서는 것이 잘 안 되고,
        발바닥과 장딴지의 뒤쪽의 감각이 떨어지고, 발목 반사가  떨어집니다.

그림 2-12 <b>

   (3) 제3~4요추 사이에서 디스크가 돌출되면 제4요추 신경이 눌립니다. 이 때는 발목을 위로 들어올리는 힘이 떨어지고, 무릎
        앞쪽과 장딴지 내측의 감각이 떨어지며, 무릎의 반사가 떨어집니다.

그림 2-12 <c>

 환자의 증상을 듣고, 환자를 직접 진찰하면 허리 디스크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진찰이 끝난 다음 엑스레이 검사를 하기도 하고 정밀검사도 하는데, 허리 디스크를 진단하는 검사(檢査)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허리 디스크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시행하는 검사는 표와 같이 엑스레이 검사, 근전도 검사, 기타 검사, 정밀검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열거한 검사를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 이 가운데 몇 가지 검사를 해서 허리 디스크의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럼 먼저 엑스레이 검사부터 한 가지씩 살펴 볼까요? 엑스레이 검사도 디스크의 진단에 도움이 되나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엑스레이 검사로 허리 디스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엑스레이 검사를 통하여 값비싼 정밀검사로도 알 수 없는 허리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 검사부터 시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정밀검사로 척추뼈나 디스크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반면에, 엑스레이 검사로는 척추 전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 사이에서 엑스레이 검사는 별로 얻을 것이 없다고 경시(輕視)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허리 디스크 환자의 엑스레이 검사에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 니다.

   (1) 엑스레이 검사에서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 간격이 좁아진 경우 허리 디스크라고 진단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러나 정상인 중에서도 디스크 간격이 좁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디스크 간격이 좁아진 엑스레이 소견만 가지고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그림 2-13).

                      그림 2-13 위, 아래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의
                                    간격이 좁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
                                    다. 그러나 디스크의 간격이 좁아
                                    졌다고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을
                                    붙여서는 안 됩니다.

   (2) 통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태어날 때부터 허리 척추뼈의 크고 작은 기형(奇形)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척추 이분증(二分症), 척추 분리증(分離症)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형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하여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 검사를 통하여 이러한 기형이 발견되면 허리 디스크의 치료 방침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3) 척추 결핵, 척추의 골수염, 척추의 암 등과 같이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허리 질환이 많습니다.
        엑스레이 검사로 이러한 질환들이 쉽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4) 허리 디스크 환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면 척추가 옆으로 휜 경우를 간혹 발견합니다. 척추가 옆으로 휜 것은 디스크로
        인하여 신경이 심하게 눌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추가 옆으로 휜 상태를 척추 측만증이라고 하는데, 크게 비구조성 측만증
        (非構造性側彎症, nonstructural scoliosis)과 구조성 측만증(構造性側彎症, structural
        scoliosis)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47페이지에서 간단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학교 신체검사에서 발견되는 초·중·고등학생의 ‘척추가 옆으로 휘는 병(의학적 병명은
        특발성 측만증)’은 거의 예외없이 척추뼈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구조성 측만증입니다.
        구조성 측만증에서는 척추뼈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미 와 있기 때문에 교정, 보조기 등의
        치료를 해도 휜 척추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반면 허리 디스크 환자에서 척추가 옆으로 휘는 것은 척추뼈의 구조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에 비구조성 측만증입니다.
        디스크가 완치되면 척추가 정상 상태로 똑바로 됩니다.
        교통사고나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짧아진 환자의 척추가 옆으로 휘는 것도 비구조성
        측만증입니다.
        다리의 길이를 같게 해 주면 척추가 똑바로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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