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걸쳐도/가을동화/ 서봉석

2007. 11. 4. 19:18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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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렇게나 걸쳐도/가을동화
                                    서봉석/시인


아무렇게나 걸쳐도 썩 잘 어울리는 햇빛이 있다
출산을 앞둔 만삭의 벌판에 내리면
금빛 더 여물어지고
더위 벗어버린 강물에 내리면
물결 부셔짐이 빛 부신 백사장 같다
꽃 그림 곱게 핀 먼 산 단풍에
날 빛으로 마주 부서져 보는 하얀 억새
어느 저녁이건 내리기만 하면
유난히 노을 길어지는 저물녘 강가에서
아무 곳이고 훌쩍 떠나고 싶다고
별 뜨는 하늘 가득 구름 딛고 일어서는 바람
아무 숲이고 내리기만해도 붉게 과일 맛 익히고
아무 가슴이고 닿기만 해도 감빛 물들어
가을은 생각 없이 걸쳐도 썩 잘 어울리는 외로움.
낙엽 지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매디슨 카운티 다리의 만남처럼
아무 곳에서나 잃었어도 아름다운 가을볕으로
한 번 쯤 더 아파지고 싶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다리들로 다리에 지붕이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