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해를 훔쳐다가

2008. 12. 2. 21:39나의 글

 

 

 

해를 훔쳐다가

          김승영

 

수평선에 거미줄이 걸려있다

저걸 잡고 바다를 넘자

바다를 후딱 넘어 수평선에서 줄타길 하자

곡예사 되어 나팔 불고 춤추고

때론 탈춤도 한마당 신명나게 추고

탈 안에서 흘리는 눈물은 그대로 두기로하자

눈빛만 보여 주면 되지

 

바다는 노을을 끼고 누었다

떠 오리지도 못하고

가랗앉지도 못하는 해는

일년 내내 그러고 있을 뿐이다

탈을 쓰고 저 해를 훔쳐 오자

노을을 벗겨 버린 알몸의 해를 가져다

너에게 안겨 주자

탈을  쓴 채로 눈만 들키고

 

(친구의화실엔바다그림이먼지를뒤집어쓴채일년내내걸려있었다)

 

출처 : 해를 훔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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