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바람으로 햇빛 만지면

2007. 3. 30. 18:48좋은글

 연서/바람으로 햇빛 만지면

 

              서봉석/시인

 

바람이 바람으로 햇빛 만지면

그때부터 비로소 봄바람

풀잎을 만지면

향기 째로 꽃이 피듯이

사랑은 또 그렇게

마음으로 마음을 만지는 일

그 목마름이예요

햇빛으로 나비 그림자를 받아 걸듯이

그리움으로 기다림을 견디는 일이기도 해요

깊은 밤 가득 뒤척이는 별처럼

늘 깨어 있어야 하는 달밤이거나

돌아서는 뒷모습이 싫어서

먼저 죽기를 바랄망정

혼자 남는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일

아니, 나중까지 오래 남아

방금처럼 생생한 옛일로 쓸쓸해져서

제 꽃 떨어지는 것 보기에 눈 붉은 동백 같고

눈밭에서 캐는 푸름이거나

가녀린 불빛으로

난바다를 안타까워하는 등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동무

시인 김승영이가 노래했듯이

사랑은 가슴에 눈믈을 심는 일이기도 해서

달빛으로 햇빛을 만지면 피어나는 새벽안개로

세상 풍상을 두루 채 내림한 뒤

오선지에 칸칸 내려 적는 절대 화음.

그 환희이기도 해요.

마음으로 영혼을 쓰다듬는 일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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