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시. 서봉석 시인

2006. 1. 27. 17:53좋은글


            
바닷가 모래밭에서
손등 높이 쌓인 모래더미를
차곡차곡 두드리며
헌 집 줄게 새 집달라고
열심히 두꺼비 집 짓던 어린 시절처럼
매년 이 맘 때쯤이면, 나는
헌 날 주고 새 날을 욕심 하는라고
송구영신에 바빳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
새 것 보다 돌려줘야 하는 헌 것 더 많은 지금
이 12월을 마무리 하고 보면
아쉽게도 내 한 해는 끝없이 저물어서
영 못 만나게 되는 동서남북 되던 것을...
매년 이 맘 때 쯤
헌 이는 지붕 위로 버리고
새로 갈아 낀 이빨로
마당 가득 나자빠져도, 결코
그늘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햇빛을
육십 수년간을 물어뜯었는데
결국 뜯어진 것은 목숨 뿐
이제는 물어뜯을 수 있는 새 날들조차
달랑달랑한 때
칼 끝 바람으로 무찔러 오는 겨울에
낡은 달력이나 되자고 바삐 오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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