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술집(문예비전)
2009. 1. 16. 16:53ㆍ좋은 시
선술집
-삶,그 이야기-
서봉석
늙수그레한 사람 셋이서
한 대포 집을 단골로 다니더니
어느 날부터
그 중 하나를 어디서 잃었는지
둘만 절름절름 와서
못 오는 하나 몫까지 홀짝거리더니
그나마 작년부터는
아예 외짝이 된 혼자만 비칠거리며 와서
둘이 된 빈자리을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그것도 노가리 씹듯
쓴 물이 날때 까지 곱 씹으며 마셨다
그러더니 금년에는 가을이 다 가도록
남은 그 하나조차 오시지 않는데
아무리 단골이래도 신상정보가 없으니
궁금해도 막연하게 기다리고만 있다
저녁.,술시가 되면
아직 드문드문 한 술청에서
빈자리 하나가
빈자리 여럿을 껴안고 훌쩍 거리고 있고
술맛이나 아는 것 처럼 바람이
불빛 사이 사이
술잔 돌리듯 휘휘 둘러보고 간다
이 집에서 웅성거리던 옛 사람 이야기가
그리움에 잠간 흔들렸나 보다
어쨌든 우리는 기다리는 일보다
보내는 일에 서툴러서 아직도 술을 마신다
출처 : 선술집(문예비전)
글쓴이 :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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