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영원한 것은 없다고

2008. 9. 19. 22:51좋은 시


영원한 것은 없다고 당신이 나의 추억들을 가지고 갔다. 당신이 나의 꿈을 가지고 갔다. 당신이 나의 운명을 가지고 갔다. 당신이 나의 별들과 달과 해를 가지고 갔다. 당신이 나의 무지개와 나의 꽃들과 나의 바다를 가지고 갔다. 당신이 나의 자유를 가지고 갔다. 당신이 나의 사랑을 가지고 갔다. 한번도 나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당신, 깊은 우물, 당신은 내 속에 살면서 나날이 깊어진다. 나는 당신이 빼앗아간 나의 추억을, 꿈을, 운명을, 별을, 달과 해를, 무지개와 꽃과 바다와 자유를, 사랑을, 세상으로부터 훔치기 시작한다. 세상은 점점 텅 비어간다. 나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버린 당신, 깊은 우물, 당신은점점 완전해지고 있는가? 나의 세상이 이렇게 텅 비어가는 동안. 당신, 깊은 우물, 당신은 나에게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나는 소유하고 싶었다. 그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었다.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그를 훔쳐 어디 먼 벼랑 끝에다 집을 짓고 세상이 끝날 때까지 숨겨두고 싶었다. 당신은 그러나 내게 가르쳤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나는 그만 포기하고 만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저 주저앉아 잠시 우는 것으로 잊고 만다. 당신, 깊은 우물 혹은 오랜 시간인 당신은 만족하는가? 내가 당신을 위해 포기한 모든것들에 대하여? 오랜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이 슬픔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결국 내가 영원히 소유하고 싶었던 것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없었던 것이 될 것이다. <황경신/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중에서>

출처 : 영원한 것은 없다고
글쓴이 : 바리공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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