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스크랩] 실려가는 나무/ 나희덕
月亭
2006. 8. 27. 22:59
![4074028-lg[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7/39507/1/4074028-lg%5B1%5D.jpg)
Reflections
by Steen Doessing
Olympus E1
실려가는 나무 나희덕 풀어헤친 머리가 땅에 닿을락 말락 한다 또다른 생(生)에 이식되기 위해 실려가는 나무, 트럭이 흔들릴 때마다 입술을 달싹여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다 언어의 도끼가 조금은 들어간 얼굴이다 오래 서 있던 몸에서는 자꾸만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기억의 부스러기들이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걸 받아 적으며 따라가다가 출근길을 놓치고 길가에 부려진 나는 나무 심는 인부의 뒷모습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무 모르게 그 나무를 따라간 것은 덜컹덜컹 어디론가 실려가면서 언어의 도끼에 다쳐본 일이 있기 때문일까 어떤 둔탁한 날이 스쳐간 자국, 입술을 달싹이던 그 말들들 다시 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