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어느 바위 밑에서
/ 황희영
변함없이 잘 있었느냐고 묻고 싶은
온 국민이 보고 싶어 부르던 금강산인데
하얀 구름과 안개 속에 보일까 말까
낯선 가슴에 파고들라치면 숨어 버리고
일만 이천 봉 이름 알 수 없는 봉우리라도
기어코 보자고 오르고 또 오른 산행에
잠시 빼 꼼이 들어난 구정봉 줄기
하얀 이불 호청 풀 먹여 바람에 말리듯
웅장한 구룡폭포 물줄기에 정신 잃고
아! 감탄의 메아리만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홉 마리 용 똬리 틀던 구룡연못에
지금도 승천 못한 이무기 남았을까
떨어지는 물줄기 타고 곧 오르겠지
기다리고 바라보다
물 길 따라 오른 마음은 승천인데
몸은 욕망에 날지 못하고 추락해 버린
나는 한 백년 묵은 이무기로
밤새 내린 비에 마음 씻었는데
감출 줄 모르는 몸은 지금도 무거워
부굴 부굴 끓는 연못에서 나오지 못 한다
떠나야 하는 저녁이 오는 줄도 모르고
청산에 물들어 유수로 사라지고 싶은
금강산 구비 구비 흐르는 물의 심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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