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없이 슬픈
길일지라도 나는 가리라
노래하리라
숨막혀
어둡던
가을 한 밤에
그것은 내게로 왔다
맑은 밤하늘의 별처럼
새벽 햇살 속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감동으로
그것은
선율처럼
향기처럼
벅찬 그리움으로
조금씩 왔다
창백한 내 영혼
잠재우며
무성한 사랑으로 劫(겁)을 넘어
그렇게
내 노여운 날개짓
달래며 달래가며
안타까운 사랑으로
그렇게 왔다
존재의 그림자
삶의 한 자락
움켜쥐고
나는 가리라
호숫가 한 마리 학으로
노래하리라
화사한
꽃 한 송이 피우리라
떨림의 서성임으로
소중한 그리움을
노래하리라
그것이
절로 서러운 눈물일지라도
부여잡고 길을 가리라
가는 가을 끝을 잡고
낙엽 주우러 떠나던
많은 밤들 안에
쓸쓸하던 내 그림자
절로
겨운 아픔일지라도
홀로 가리라
사랑하리라
갖은 것 없을 지라도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염원의 기도로
영원한 고향 향기로
밤새워 노래하리라
가엾은 내 혼 불살라
타오르리라
열망의 뜨거운 불꽃으로
일렁이며
내 인생 캄캄한 들에서
이 홀로를 지키며
그렇게 가리라
먼 길 가리라
사위 없이 슬픈
길일 지라도 나는 가리라
노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