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비는 내리고

2006. 5. 20. 03:04나의 글

 

 


이제 비는 내리고

흘러가 이제는 자취도 없는
빛 바랜 그림자를 안고
말라버린 그리움에 가라앉아
오래 잠든 내게
그는 바람으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만장(輓章)처럼
그렇게 사랑은 가고
지하 천 미터쯤의 어둠 속에서
갈증으로 타고 있을 때
그는 봄비처럼 그렇게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지.

 

이제 넝마 되어버린
그 바다의 노을
끝자락을 놓을 수 없어
조각나 소멸해 가던 가슴에
폴롯의 선율로
그는 그렇게 내게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비는 가슴을 적시며 왔고
바람은 내 잠을 흔들고 있었지
이제 깨어 일어나
그가 연주하는 뜨거운 음색으로
춤을 추어야겠다.
노래도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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